[ Dec.13th,2008 ]
유건은 몇달 동안 파이터로 살았다. 케이블채널 tvN 개국 2주년 특별기획 8부작 시리즈 '맞짱'에서 그는 우연히 격투기 동호회를 알게 된 뒤 평범한 20대 회사원에서 강한 파이터로 성장하는 주인공 '강건' 역을 맡아 열연했다. 12일 8부 방송을 끝으로 종영한 '맞짱'을 위해 유건은 5, 6개월 동안 액션을 연습했다. 거의 반년 이상을 파이터로 산 것이다.
"평소 순둥이나 어수룩한 캐릭터만 하다 보니까 강한 캐릭터를 맡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던 중에 '맞짱'을 만나게 됐어요. 평소 운동을 너무 좋아해서 무작정 하겠다고 했죠. 그런데 정말 이렇게 '리얼액션'인지는 몰랐어요."
◆ "리얼 액션으로 촬영하다 기절까지 했죠"
어릴 때 동네 형들과 싸우며 말썽 피우던 유건의 '문제아' 시절을 생각하면 '맞짱'과 유건은 꽤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축구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청년 유건은 화사한 꽃미남에서 벗어나 야수들이 피 튀기며 싸우는 '맞짱' 현장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태권도나 킥복싱을 배운 적이 있을 만큼 격투기도 좋아합니다. K-1이나 프라이드 등은 자주 챙겨보는 편이죠. 그런데 몸이 굳어져서 그런지 처음엔 쉽지 않더라고요. 복싱이나 발차기 정도는 무술팀에게 배울 수도 있는데 그라운드 기술 같은 건 실제로 프라이드에서 뛰는 분들에게 배웠어요. 배우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촬영 전엔 얼른 찍었으면 싶었죠."
'맞짱'은 컴퓨터 그래픽을 쓰거나 미리 동선을 정확히 짜서 '가짜' 액션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근육과 뼈가 부딪히는 리얼 액션을 추구한다. "권투 시합처럼 끊어치는 식으로 하면 미리 합을 짜서 할 수도 있지만 엉켜서 싸우다 보면 그런 게 아예 불가능해져요. 실제로 치고 박으며 싸우다 보니 처음엔 서로 배려하며 연기하다가도 5, 6번 찍다 보면 괜찮냐고 물어봐도 서로 대답을 안 하게 되던데요. (웃음) 다행인 건 정식 동호회라 맨주먹이 아닌 글러브를 끼고 했다는 점이죠."
실제로 유건은 액션 장면을 찍다가 머리를 맞고 기절해 응급실로 실려간 적도 있다. "실제로 몸이 부딪히는 액션을 하다 보니 저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부상을 달고 살아요. 어떨 땐 촬영 땐 아무렇지도 않다고 며칠 지나고 나서 온몸이 아파오기도 했죠. 촬영도 막바지에 이르니까 피로와 부상이 겹쳐 뜻대로 몸이 따라주지 않더라고요."
평상시 체력 하나는 자신했던 유건조차도 빠듯한 촬영일정 속에서 힘든 액션 연기를 이어가다 보니 현장에서 기절 직전까지 갈 만큼 힘든 상황도 여러 번 겪었다. 그러나 그동안 너무 정적인 캐릭터만 연기했기에 '맞짱'의 강건은 유건에게 단비와 같은 역할이었다.
"한편으로 제가 연기를 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조)인성 형이 멋있어 보여서였어요. 평소 제가 알고 있는 모습과 작품 속 모습이 너무 달라보였거든요. 그래서 저도 연기를 시작할 땐 유난히 저와 다른 모습의 캐릭터들에 눈이 갔었나봐요."
◆ "미국 시민권보다 한국에서 배우로 사는 게 더 좋아요"
미국에서 청소년기를 보내며 연기자의 꿈을 키우다 아버지에게 말도 안 하고 귀국한 유건은 시민권을 포기하면서까지 자신의 신념을 따라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다. "시민권을 포기하는 게 단순한 문제는 아닙니다. 한 번 시민권을 포기하면 미국 입국이 일반 외국인보다 더 힘들거든요. 미국에서 살고 있는 가족을 만나기 힘든 게 제일 안타까워요."
배우의 길을 걸으며 유건은 유독 자신의 성격과 거리가 먼 인물들을 주로 연기했다. 영화 '다세포소녀'의 꽃미남 테리우스, 드라마 '안녕하세요 하느님!'의 정신지체 장애인 하루, 영화 '언니가 간다'의 꺼벙이 모범생 오태훈 등 유건의 선택은 늘 엉뚱했다. 과거 여자친구마저 혼혈인지 의심했을 정도로 서구적인 잘생긴 외모에서 오는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다.
'맞짱' 촬영을 마치고 유건은 다시 MBC 시트콤 '그분이 오신다'에 매진하고 있다. 철 없는 재벌 아들 "선우'가 그가 새롭게 맡은 역할이다. 맞짱'의 육체적 피곤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는 유연한 인물이다. 지난달 13일 방송분부터 출연했으니 벌써 한 달이 지났다. "'맞짱'의 캐릭터와는 많이 달라요. 다행인 건 시트콤이라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촬영할 수 있다는 점이죠. 그렇다고 연기를 대충한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저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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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d by :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Photos by :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