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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August 7, 2006

[ review ] Movie Week 2006 Dasepo : U Gun

<다세포소녀>유건, 신인다운 열정과 신인답지 않은 냉정

제 딴엔 심각해도 보기엔 웃기고 엉뚱한 <다세포소녀>의 테리우스도, 젠틀하고 마음 따뜻하고 진지한 <안녕하세요 하느님>의 똑똑해진 하루도 모두 그의 것일 수밖에 없었다.

유건은 짧은 인터뷰 시간 동안에도 자신의 두 가지 면을 솔직히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니. 축구 하며 소리 지르고 땀을 흘리는 것도, 새벽 2시에 혼자 조용히 극장에 가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이니.


Bright & Joyful

활발하고 명랑한 것이 ‘신인배우’의 미덕 혹은 의무라지만, 지금까지 신인배우들을 인터뷰하면서 유건처럼 유쾌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솔직해지자면 화면보다 실물이 100배쯤 더 멋진 외모도 작용했겠지만, 그건 굳이 따져도 30퍼센트 정도?

유쾌한 인터뷰를 이끌어낸 나머지 70퍼센트는 그의 솔직하고 밝은 면 때문이었다. “첫 번째 오디션을 보고 나서 원작을 읽었는데, 엽기적이라기보다 신선하고 재미있었어요. 현장에 또래 배우들도 많고, 영화 속 공간이 밝고 화사해서 기분을 들뜨게 하는 면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연기라는 걸 처음 하는데, 사람보다 카메라가 더 편하더라구요. 말도 못하고 화도 안 내니까.

그래서 정말 신나고 즐겁게 촬영했어요.(웃음)” <다세포소녀>에서 고민도 없고, 공부 따윈 관심 없는, 학교 내에서 뭔가 이상한 거리를 찾아 뒤를 캐겠다고 다니는 엉뚱하고 못 말리는 탐정 역할. 첫 연기였음에도 그렇게 자연스러웠던 것은 다 이유가 있었던 거다.

시나리오를 옆에 두고 줄치고 공부하는 것보다는 현장에서 한 번 보는 게 더 좋은 걸 끌어낼 수 있다는 걸 재빨리 체득했고, 독특한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는 만큼 새로운 요리를 개발하는 게 즐거운, 영락없는 신세대.

그에게 <다세포소녀> 현장은 오히려 편히 자신을 펼칠 수 있는 일터이자 쉼터 같은 곳이었을 거 같다. “아버지를 이기고 연기라는 걸 시작했거든요.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 얼마나 좋아요. <안녕하세요 하느님> 때 거의 생방송처럼 촬영했어요. 그날 새벽까지 찍은 게 밤에 방송됐거든요.

못 자고 피곤한 상태가 계속되니까 나중엔 옥빈이랑 웃으면서 ‘죽지 않고 어디까지 할 수 있나 해보자’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오기도 생기고 더 욕심이 나서 열심히 하게 되더라구요.”

바로 지금, 스물네 살 젊은 신인배우 때만 할 수 있는 말들이 그의 입에서 즐겁게 터져 나왔다. 부러웠다. 그리고 오랫동안 변하지 않기를 바랐다.

Serious & Thoughtful

“1회부터 3회까지의 대본을 두 시간 만에 다 읽고 오디션을 봤어요. 드라마에 같이 나오셨던 강신일, 김승욱 선배님들을 상대로 하라는데, 땀이 뻘뻘 나고 말도 제대로 못 하겠더라구요. 그때 감독님께서 딱 한 마디 하시는 거예요.

‘왜 그렇게 해?’ 그게 정말 자극이 됐어요. 맘이 아프기도 했구요.” <안녕하세요 하느님>의 지영수 PD는 단번에 제대로 파악했던 거다. 이 승부욕 강한 남자의 마음을 꿈틀거리게 하는 방법을. 유건은 정신연령이 7살인 27살의 하루를 통째로 다시 만들고 싶었고, 결국 “좀 바보 같긴 하구나”라는 ‘칭찬’을 받아내며 드라마에 캐스팅됐다.

그리고 파격적인 주연배우 기용이 화제였던 드라마는, 끝난 지 반 년이 지나서도 공식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는 마니아들을 만들어냈다. “아마 제가 사람들 눈에 익숙했던 배우라면 지금의 반응만큼 나올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을 해요. 영화도, 드라마도 또래 배우와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깨닫고 배운 게 많아요.”

혼자 살면서 생긴 ‘이 요리에 저런 재료를 넣어보면 어떨까’ 궁리하던 공상가적 기질은 요즘 다른 쪽으로 옮겨간 것 같다. 내 마음대로 캐스팅하기. 새로 받은 시나리오나 영화, 드라마를 보면서 각 역할에 누가 어울릴까, 자신은 어떤 역에 어울릴까 상상한다. “연기라는 ‘일’을 즐겨야 한다는 게 어려운 거 같아요.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이니까 힘든 것도 즐기면서 해야죠.(웃음) 앞으로도 계속.” 모르는 것을 배우고 슬슬 몸에 익혀, 일이 즐거운 시기.

4월부터 촬영한 곽재용 감독의 <무림여대생>, 고소영 이범수와 함께하는 <언니가 간다>까지 그의 일들은 이어진다. 다음에 만나도 그는 지금처럼 ‘일이 즐겁다’고 대답할 거라고 믿기 시작했다.

무비위크 / iplus.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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